지난 미술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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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미술제

2012 달성 대구현대미술제

강변랩소디

달성군은 1914년 행정구역 개편에 따른 최초의 행정구역으로 이제 달성군 명칭의 100주년을 맞는다. 1995년 대구광역시에 편입된 달성의 유구한 농경문화는 산업화 시대를 맞으면서 도시화로 급진전하고 있다. 속속 들어서는 각종 산업, 농공단지와 아파트, 공공기관과 의료기관, 학원가와 자영업체가 도시의 면모를 갖추어가고 있는 것이 이를 말해준다. 그러나 이러한 급변하는 도시화 이면에 문화의 공백지대가 형성되고 있음은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10월 달성군이 주최하고 달성문화재단이 주관한 ‘대구강정현대미술제’는 대구를 비롯한 경향 각지의 미술가들이 참여한 전국적 규모의 미술행사로서 공백의 문화영토를 일구고 가꾸는 길을 열어놓은 역사적 사건이었다.

 

‘강정 대구현대미술제’는 1974년에 현대미술제로는 전국 처음으로 개최되어 서울, 광주의 현대미술제를 유발함으로써 우리나라 현대미술사에 커다란 족적을 남겼다. 1979년 5회를 마지막으로 중단되었던 것을 그 미술사적 의의를 되살리고 승계, 발전시켜 달성의 문화브랜드로 매김하겠다는 달성문화재단의 뜻을 수용하여 달성군의 미술행사로 빛을 보았다.


참여 작가는 국내외에서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유명 중진작가로서 고루하고 답습적인 조형형식을 타파하고 실험과 모험을 통해 새로운 시대정신을 담아내고 새로운 미술양식을 탐색하는 작품들을 펼쳐 보였다. 산과 들과 강물을 배경으로 또는 바탕으로 하여 설치하고 행위한 그들의 작품은 기존의 미술시각으로는 의외와 당황, 흥미와 긴장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이는 미술에 대한 기존 관념을 파괴하고 문제를 제시함으로써 미술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깊은 사유를 요구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강변에 넓게 펼쳐 놓은 많은 침대에 관람자가 그 위에 앉거나 누움으로써 작가의 의도와 관람자의 참여가 만나 작품이 완성된다든지, 두껍고 큰 철판에 세 개의 큰 직사각형 구멍을 뚫어 강변에 세운 설치작품은 주어진 자연이 관람자가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커다란 직사각형의 구멍(프레임)을 통해 풍경은 동적인 파노라마로 전개된다. 이것 역시 관람자가 스스로 만들어내는 풍경이며 작가의 숨은 의도이다. 수십 미터의 흰 천을 강변에서 강물까지 펼쳐 놓고 큰 붓으로 먹물을 그어 강에 이르는 행위 작업은 작품의 형성과정을 즉시적으로 관찰할 수 있으며 자연과 예술의 합일성을 일목요원하게 보여주는 것이었다.


‘강정 대구현대미술제’가 보여준 새로운 미술은 우리에게 미술가의 개인적인 내면뿐만 아니라 동시대인의 내면세계에서 보이지 않는 사실을 발견하도록 요구한다. 또한 동시대 사람들의 내면세계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지 일종의 지진계처럼 보여준다. 우리는 그들의 작품을 통해 인간의 내면세계에 관한 메시지를 찾아야 한다. 이 메시지야말로 작품 전체가 미술가나 그의 동시대인의 마음 상태를 어떻게 표현하고 경험하게 만들었는가 하는 내용이다.


‘새로움’에 대한 미술가의 깊은 사유와 표현방법에서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의 정신과 일상에 침잠해 있는 의식을 일깨우고 인간 존재의 이유와 가치를 재정립해야 하는 것이 ‘강정 대구현대미술제’가 던지는 중요한 의미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권 원 순 / 미술평론가​ 

박소영 / 미술평론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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