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이 흐르는 강정과 가창의 계곡 냉천은 1974년부터 1979년 대구현대미술제(Daegu Contemporary art Festival) 가 개최되면서, 한국과 일본의 청년 작가들이 현대의 미적 이념을 질문하며 이상(ideal)을 실험해나간 열정의 현장이 었다. 이 당시 현대미술가들의 실험은 도심에서 떨어진 곳을 일 부러 찾아가 이해할 수 없는 제스처로 행위를 하며, 자신 들이 다루는 물질의 정체를 탐구하고, 물질과 관계를 맺는 의식으로서의 몸과 우연으로서의 몸을 연결시키며 미술의 새로운 어법을 탐사하는데 집중된다. 이들의 행동은 자본 과 제도로부터 오염된 미술을 구제하고 기존의 의미로는 알 수 없는 미술 본연의 가능성을 찾고자 노력한 것이다. 이 당시 미술가들은 미술관이나 화랑 등의 조장(助長)된 공간에서 벗어나 자본에 물들지 않은 자연과 직접 호흡하 며, 자연으로서의 인간 그리고 행위 혹은 문화로서의 인간 모두에 대해 질문을 던진 동시대 집단 지성들이다. 이렇게 미술의 의미와 무의미를 탐구한 1970년대 일련의 흐름이 바로 한국의 '현대미술, 컨템포러리 미술'인 것이다. 대규모 축제로 기획된 대구현대미술제는 대중에게 현대미술을 알리는데도 큰 공을 세웠다. 축제 각 회당 양상은 차이가 있으나 200명에 달하는 작가가 참여하고 새로운 매체 (비 디오 등)에 대한 실험과 몸에 대한 실험, 재료에 대한 실험, 관계에 대한 질문 등이 그 어느 때보다도 왕성히 전개되며 현대미술사의 주요한 장면으로 기록된다. 달성 대구현대미술제는 이러한 실험정신과 창의성, 도전의 상상력을 되새기며 오늘의 시대정신에 비추어 ‘장소’의 의 미를 이해해 보고자 한다. 대구현대미술제가 열렸던 ‘강정’은 이제 우리 시대 ‘관계의 긴밀성’을 감지하는 장소가 되어 여러 관계들이 샘물처럼 생성되는 장소로 상상할 수 있다. 이에 2022 달성 대구현대미술제는 상호영향관계를 개념화하는 ‘공진화(coevolution)’를 메타포로 세워 그 가능성을 열어보고자 한다. 공진화를 통해 사물과 생명의 통섭을, 자연과 문화의 통섭을, 시간과 공간의 통섭을 상상해 보며 어느 과학자의 말처럼 ‘눈물이 날 정도로 긴 시간’을 뚫고 우리에게 다가온 미술인들의 감각을 함께 나누고자 한다.
남인숙